천경환
| 2026-08-22 03:11:00
[※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제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바쁜 현대인들에게 휴식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피로를 푸는 것을 넘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하나의 자기관리이자 투자로 여겨진다.
몸 상태를 살펴보고 그에 맞는 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웰니스(건강)' 관광이 관심을 끌면서 약초 재배 최적지로 꼽히는 충북 제천시가 한방 휴식처로 주목받고 있다.
◇ 커피 대신 황기차 한잔, 한방족욕 매력
21일 방문한 제천 왕암동의 한방 족욕 체험장.
따뜻한 물이 채워진 나무 족욕탕에 한방 주머니 두 개를 넣자 맑았던 물에서 은은한 약재 빛깔이 우러났다.
한의사 처방으로 제작됐다는 이 주머니에는 혈액 순환을 돕고 불면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황기, 병풀, 침향 등 15종의 약재가 담겨 있다.
여유롭게 족욕을 즐기다 보면 감초, 당귀 등 12가지 천연 약재를 7시간 달여낸 수제 쌍화차와 황기차가 제공된다.
이곳에서 만난 방문객 김현주(52)씨는 "날이 더운데도 발을 따뜻한 물에 담그면 온몸이 나른해지고 피로가 풀린다"며 "격주로 한 번씩 오는데 발의 촉촉함이 오래간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체험장에는 한방문화가 익숙한 중장년층 방문객이 주를 이루지만 젊은 세대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체험장 대표 박현수씨는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지 젊은 친구들도 많이 온다"며 "한번 방문했던 분이 친구를 데려오는 등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문객이 찾는 이 체험장은 제천시가 '2010 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조성한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공원에 자리 잡고 있다.
총사업비 405억원이 투입돼 4만8천여㎡ 규모로 조성된 이곳은 한방 관련 전시와 체험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주요 시설로는 한의학의 원리 등을 배울 수 있는 한방체험장을 비롯해 발효식품의 유래와 효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국제발효박물관, 국내에 자생하는 약초를 볼 수 있는 약초허브식물원 등이 있다.
다도 체험, 한방비누 만들기, 한방진료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주말이면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방체험장에 설치된 무인계수기로 집계된 방문객은 2023년 50만명, 이듬해 56만명, 지난해 59만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 약초 재배 최적지 제천
엑스포공원을 걷다 보면 전국 3대 약령시인 제천약초시장 상인들이 입점한 한약재 판매장을 볼 수 있다.
소백산에서 월악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청풍호(충주호를 제천에서 달리 부르는 말)라는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한 제천은 약초 재배의 최적지다.
일조량과 일교차가 적당하고, 화강암과 석회암, 흑운모층이 고르게 배합돼 우수한 지질 조건을 갖춘 덕분이다.
제천에서는 230개 농가가 200㏊에서 황기, 오미자, 율무 등 15개 품목의 한약재를 재배해 연간 1천300여t 유통하고 있다.
특히 황기는 전국 유통량의 20∼30%를 차지한다.
시 한방약초팀 관계자는 "농촌 고령화와 소비 흐름의 변화로 유통량이 10년 전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지만 한방산업 활성화를 위해 엑스포공원 등을 활용한 판로 확대에 힘쓰고 국산 한약재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천연물 산업 경쟁력 강화
제천시는 매년 한방박람회를 열어 한방특화도시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방, 천연물로 삶을 잇다'를 주제로 10월 2일부터 7일까지 제천한방엑스포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14회차를 맞는다.
지난해까지 '한방바이오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열렸으나 올해부터 '한방천연물산업박람회'로 명칭이 변경됐고, 규모도 커졌다.
기업간거래(B2B)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처음 수출 상담회가 운영된다.
과거 지역 내 한방 기업 위주였던 참여 대상이 관외로 확대되면서 50개 기업으로 규모가 커졌고, 20개국에서 해외 바이어가 초청된다.
또 세명대 한방병원과 협업해 한방의료관을 운영, 체질 분석과 하루치 약을 처방하는 체험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시는 천연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천연물 소재 전주기 표준화 허브센터'를 내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천연물 재배부터 가공, 분석, 검증까지 모든 과정을 표준화해 기업이나 창업자들이 관련 사업에 쉽게 도전할 수 있게 하겠다"며 "제천을 대한민국 천연물 산업의 메카로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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