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데이비드 핀처 만난 봉준호…"'조디악'의 영원한 팬"

아카데미 박물관서 '봉준호 감독과의 주말' 행사 맞아 대담

김경윤

| 2026-04-13 02:59:31

▲ 영화 감독 봉준호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데이비드 핀처 감독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LA에서 데이비드 핀처 만난 봉준호…"'조디악'의 영원한 팬"

아카데미 박물관서 '봉준호 감독과의 주말' 행사 맞아 대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영화 '조디악'은 종이 하나를 잘라도 1㎜ 단위로 면도칼로 날카롭게 자를 것 같은 사람이 만든 것 같아요. 아름다운 장면들이 계속 펼쳐지죠. (…) 전 '조디악'의 영원한 팬이고, 제이크 질런홀이나 마크 러팔로 등과 작업하면서도 밥 먹을 때마다 항상 '조디악' 이야기를 했어요."

봉준호 감독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아카데미 박물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의 대담에서 영화 '조디악'(2007년)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조디악'은 1960∼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다룬 영화로, 핀처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의 팬을 자처한 봉 감독은 영화 속 색감부터 연출 스타일까지 애정이 어린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 영화에는 긴 시간, 세월의 두께가 느껴진다"며 "질런홀(로버트 그레이스미스 역)이 긴 시간의 두께를 뚫고 마침내 살인자라고 확신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감정적인 흔들림이 있다"고 감상을 밝혔다.

이에 핀처 감독은 "이 영화는 사건의 결정적인 종결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다"라며 "방관자였지만 (조디악에 대한) 강박으로 두 권의 책을 쓴 남자의 이야기고, 그 여정을 뒷받침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연쇄 살인마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연쇄 살인이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려고 했다"며 "절망이 쌓이는 것을 다룬 영화였다. 긴 여정 끝에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하고 마주하게 되는 종류의 절망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강박적일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날카로운 핀처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봉 감독은 "5∼6년 전에 감독님 사무실에 간 적이 있다"며 "색연필도 무지개 색깔 순서대로 정리돼 있고 하나만 건드려도 큰일이 날 것 같았다"고 웃었다.

이어 "러팔로가 말하길 '조디악' 촬영 당시 스무 몇 차례 테이크(촬영)를 말없이 진행한 다음에 감독님이 처음 자기에게 다가오길래 '무슨 말씀을 하시려나' 기대했더니, 아무 말 없이 뒤에 있던 소품 위치를 바꿨다고 하더라"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조디악'이 재개봉한다면 수정하거나 삭제하고 싶은 장면이 있는지 묻는 말에 핀처 감독은 "영화는 그 시대의 부산물"이라며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그 시대의 기록으로 남겨둔 뒤에 다시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봉 감독이 "'조디악'은 이미 시간을 이겨낸 모던 클래식"이라며 "영화가 클래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동료 감독에게 팁 좀 달라"고 찬사 섞인 우스개로 대담을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는 아카데미 박물관의 '봉준호 감독과 함께하는 주말' 기획의 첫 순서로 진행됐다.

대담에 이어 봉 감독이 평소 영감을 받았다고 말해온 '조디악'을 처음으로 4K 화질로 상영했다. 12일 밤에는 '미키 17' 상영 행사도 이어진다.

아카데미 박물관은 지난달 23일부터 봉준호 감독의 창작 과정을 조명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1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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