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5-10-07 14:00:00
왕의 도장 찍힌 '첫 한글 공문서'…선조는 무슨 말을 전했을까
국립한글박물관, 100가지 주제로 풀어낸 '한글문화지식 100' 펴내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왜적을 잡아 나오거나 왜적이 하는 일을 자세히 알아 나오거나 포로가 된 사람을 많이 데리고 나오는 등의 공이 있으면 양민과 천민을 막론하고 벼슬도 시킬 것이다."
1593년 9월 선조(재위 1567∼1608)는 교서를 내린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의주로 피란했을 때였다. 수도인 한양으로 돌아오기 전 쓴 글에는 왜군에게 붙잡혀 있던 백성들이 돌아올 것을 회유하는 내용이 담겼다.
위기에서 막 벗어나 국면을 전환하고자 하던 시점, 임금은 한자가 아닌 한글로 글을 써 내려갔다. 포로가 된 백성들이 보다 쉽게, 더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문서에는 임금 도장인 어보(御寶)의 일종인 '유서지보'(諭書之寶)가 찍혀 있다. 조선시대 왕이 관료나 백성에게 내린 글 가운데 한글로 적힌 최초의 문건, 보물 '선조국문유서'(宣祖國文諭書)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를 '임금이 백성에게 이르는 글'로 소개하며 "한글이 임금의 말을 백성에게 직접 전하는 소통의 매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제579돌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한글과 한글문화와 관련한 정보를 정리한 책이 발간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이 100가지 주제로 풀어낸 '한글문화지식 100'이다.
국어학, 국문학, 서지학, 국어 교육 등 한글 분야 전문가들이 2019∼2023년 약 5년간 연구한 '한글문화 지식사전'에 담긴 핵심 어휘 100개를 정리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한글에 대한 문자학적 지식뿐 아니라 한글을 지키고 전하며 문화를 가꾸기 위해 힘쓴 인물, 단체, 관련 사건 등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모았다"고 말했다.
책은 한글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설명해준다. 세종대왕(재위 1418∼1450)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때부터 나라의 공식 문자로 널리 쓰이기까지의 과정을 주제별로 분류해 풀어냈다.
초성과 중성, 종성으로 구성된 글자를 구성하면 몇 가지 조합이 되는지, 조선시대에도 지금처럼 '가나다라…' 순으로 한글을 배웠는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다룬다.
책은 한글과 관련한 다양한 유물 사진도 더해 이해를 돕는다.
박물관은 한글날을 맞아 이달 11∼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25 한글한마당'에서 한글과 한글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열 예정이다.
'한글문화 산업전'에서는 한글을 소재로 한 패션, 공예품 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소개하고,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한글 작품도 선보인다.
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책 발간사에서 "한글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한글의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더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글문화지식 100'은 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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