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첫 개인전 연 종이접기 명인 박찬용 "내가 곧 아이들의 꿈"

초등생 제자 8명 참여…"아이들에게 꿈 심어주는 것이 사명"
35년 종이접기 인생 "힘들지 않으면 재미없어…스트레스가 오히려 에너지"

박현수

| 2025-10-12 15:54:35

▲ 박찬용 대한민국 국가공인 종이접기 명인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12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솔틴비전센터 3층 소금갤러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박찬용 대한민국 국가공인 종이접기 명인. 2025. 10. 12. phyeonsoo@yna.co.kr
▲ 초등생 제자 8명이 출품한 작품들.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2025 접다, 펴다, 날다. 박찬용 종이접기 Art전' 에 전시된 8명의 초등생 제자들의 작품. 2025. 10. 12. phyeonsoo@yna.co.kr
▲ 유네스코 세계평화대전 우수상 작품과 박 명인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박찬용 명인이 2001년 유네스코 세계평화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 10. 12. phyeonsoo@yna.co.kr
▲ 박찬용 명인의 '닥종이 인형'대표작 '언년이와 일수' [박찬용 명인 제공]

74세 첫 개인전 연 종이접기 명인 박찬용 "내가 곧 아이들의 꿈"

초등생 제자 8명 참여…"아이들에게 꿈 심어주는 것이 사명"

35년 종이접기 인생 "힘들지 않으면 재미없어…스트레스가 오히려 에너지"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누군가의 꿈이 됩니다. 나도 내 꿈을 바라보는 어린 제자들에게 꿈이 되고자 이 전시를 마련했습니다."

박찬용(74) 종이문화재단 제6호 종이접기 명인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소금갤러리에서 연 첫 개인전 '접다, 펴다, 날다. 박찬용 종이접기 Art전'은 단순한 작품 전시회를 넘어선다. 35년 종이접기 인생의 결실이자, 어린 제자들에게 꿈을 전하는 특별한 무대다.

박 명인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에 제자들을 함께 참여시킨 이유는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세계종이접기연합회 이사장의 꿈을 보고 여기까지 왔듯이, 후배들에게 꿈을 전달해야겠다는 소망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시에 참여한 학생들은 김하진·박하준·방지우·이형규·임유찬·정윤재·주우진·퐁박인 등 8명이다. 서울대사범대부설초, 명신초, 운현초, 혜화초, 효제초, 동신초 등 2~4학년생들로, 박 명인이 가르치는 제자 중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다.

박 명인은 제자들의 성장 과정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아이들이 출품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야단도 맞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는 특히 한 제자의 변화를 기억했다. "산만하게 돌아다니며 궁둥이를 못 붙이던 아이가 있었어요. 종이접기 수업 중에도 뛰어다녔죠. 그런데 그 아이가 달라져서 지금은 한 시간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자기 작품을 완성하고 갑니다."

박 명인은 종이접기가 곧 집중력 훈련이라고 강조한다. "집중하지 않으면 접어낼 수가 없습니다. 엉덩이 싸움이고, 도형을 계속 봐야 하는 작업이죠.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보지 말고 도면을 보고 접으라고 가르칩니다. 도형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종이접기는 단순히 손재주를 넘어선 수학적 사고와 과학적 원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태양광 충전판을 종이접기 기법으로 축소해 우주로 보낸 뒤 펼치는 사례를 들며, "종이접기는 수학이고 과학"이라고 역설했다.

박 명인의 종이접기 인생은 40세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어린 시절부터 종이를 좋아했던 그는 17세 때 본 백합꽃 종이접기에 매료된 기억이 30여 년 뒤 종이접기의 길로 이끌었다.

1994년 MBC 종이접기 공모전 출품을 계기로 독학에서 벗어나 종이접기협회(현 종이문화재단)에서 정식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다"며 "4개월 과정을 한 달 만에 모두 끝냈다"고 회고했다.

초급부터 지도사범까지 모든 과정을 거치며 종이접기뿐 아니라 닥종이 인형, 지호, 지승, 색지 공예 등 종이에 관한 모든 기법을 섭렵했다.

그는 국가공인 종이접기 자격증 보유자이자, 닥종이인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5년 미국 휴스턴 한인학교에서 재외동포재단(현 재외동포청) 후원으로 열린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제23회 학술대회에 종이접기 강사로 참여하며 NASA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활동은 폭넓다. MSD 사보 표지를 4년간 맡았고, 신협협동조합 사보 창간호 표지를 장식했다. 특히 선인장 작품은 창작비엔날레에서 금상을 받아 생전 이어령 선생 서재에 전시됐고, 노 이사장이 그의 작품 500여 점을 구입해 국내 각계각층에 기증하기도 했다.

현재 종로문화체육센터, 올림픽생활기념관, 종로구민회관 등에서 60여 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또한 KB실버타운, 강남시니어 등에서 시니어 강사로도 활동하며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을 돕고 있다.

35년간 한 분야에 매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그는 "힘들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요. 힘이 들어야 희열을 느낍니다. 그걸 풀고 나면 오는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하는 거죠"라며 스트레스가 오히려 에너지가 됐다고 말했다.

박 명인은 종이접기를 나누라고 주신 사명으로 여긴다. 세브란스병원 재활병동과 가람신경정신병원 등에서 수년간 자원봉사 및 무료 강의를 이어왔다. 1995년 MBC '가슴이 뛴다'에 출연했던 '샴쌍둥이' 윤유리·유정 자매를 7세 때부터 만나 종이접기와 닥종이 인형을 가르친 인연도 소개했다.

"돈을 벌려고 했다면 다른걸 했겠죠." 실제로 이번 전시회 수익금 전액을 굿네이버스를 통해 방글라데시 조혼 아동 돕기에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2008년 '종이접기 성경나라' 책을 출간해 해외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언어와 함께 종이접기로 복음을 전하는 데 활용하도록 했다. "종이접기는 무언의 대화예요. 음악을 통해 대화하듯이 종이접기로 가까워지면 대화가 됩니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전시를 계속하고, 닥종이 인형만의 전시와 설치미술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특히, K-종이접기의 세계화를 위해 닥종이 인형으로 문화예술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전을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힘이 들어야 재밌어. 한 번에 안 되면 실패한 게 아니야. 실패 끝에서 다시 일어서는 거지. 모든 시작은 한 걸음부터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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