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다룬 '안트로폴리스'…"부모님이 봐도 쉽고 재밌게"

테베 왕가 비극 조명한 5부작 연극…"바람직한 통치자 질문 던진다"
비상계엄 패러디에 전혜진은 1인 18역…"비극 익숙한 형식으로 다가가길"

최주성

| 2025-10-16 15:34:35

▲ 안트로폴리스 Ⅰ, Ⅱ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윤한솔(왼쪽), 김수정 연출이 16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안트로폴리스 Ⅰ, Ⅱ 통합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5.10.16 mjkang@yna.co.kr
▲ 작품 소개하는 윤한솔 연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윤한솔 '안트로폴리스Ⅰ' 프롤로그/디오니소스 연출이 16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안트로폴리스 Ⅰ, Ⅱ' 통합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5.10.16 mjkang@yna.co.kr
▲ '프롤로그/디오니소스' 공연사진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극 '라이오스' 출연하는 전혜진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작품 소개하는 김수정 연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김수정 '안트로폴리스Ⅱ' 라이오스 각색ㆍ연출이 16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안트로폴리스 Ⅰ, Ⅱ' 통합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5.10.16 mjkang@yna.co.kr

그리스 신화 다룬 '안트로폴리스'…"부모님이 봐도 쉽고 재밌게"

테베 왕가 비극 조명한 5부작 연극…"바람직한 통치자 질문 던진다"

비상계엄 패러디에 전혜진은 1인 18역…"비극 익숙한 형식으로 다가가길"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작품을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쉽고 재밌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연극 '안트로폴리스 Ⅱ - 라이오스'의 김수정 연출은 다소 낯선 그리스 신화라는 소재를 보다 많은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창작 의도를 이같이 설명했다.

김 연출은 16일 서울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안트로폴리스 Ⅰ·Ⅱ' 통합 기자간담회에서 "예술가에게만 가닿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가닿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며 "2025년 한국에서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안트로폴리스'는 독일 출신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탐구한 작품으로 2023년 초연했다.

총 5부작으로 구성돼 방대한 분량이지만, 독일에서는 3일에 걸쳐 작품을 몰아보는 마라톤 공연이 열리는 등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국립극단은 이달 10∼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를 공연하며, 다음 달 6∼22일 같은 장소에서 2부 '라이오스'를 무대에 올린다. 3∼5부는 내년 공연이 예정돼 있다.

간담회에 함께 한 '프롤로그/디오니소스'의 윤한솔 연출은 "'프롤로그'에서는 테베 건국 신화를 소개하고 현대 문명이 전파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며 "'디오니소스'에서는 디오니소스라는 신과 그를 따르는 세력이 기존 구 세력과 대립하는 과정을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윤 연출은 다양한 기법으로 디오니소스가 자신을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테베의 왕 펜테우스를 벌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배우들은 직접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대사를 전달하고, 스태프가 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띄워 배우들의 모습을 부각한다.

펜테우스 왕이 디오니소스의 추종자들을 잡아들이라 명령하는 대목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언을 패러디했다. 펜테우스 역 배우가 '테베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히는 모습을 뉴스 속보 영상처럼 제작해 무대에 띄웠다.

윤 연출은 "계엄 선언 영상은 제작 초기부터 제작진이 떠올린 장면이었다"며 "비극이 익숙한 형식으로 다가가길 원했기 때문에 음악과 춤을 같이 넣자고 구상했다"고 말했다.

'라이오스'는 테베의 라이오스 왕이 아들 오이디푸스에게 살해당하는 과정을 1인극으로 풀어냈다. 영화 '사도', '헌트' 등에 출연했던 배우 전혜진이 주인공으로 나서 18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김 연출은 "기존 신화에 반기를 드는 발칙한 작품"이라며 "라이오스의 욕망을 따라가며 어째서 오이디푸스가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질문을 던진다"고 귀띔했다.

주연인 전혜진에 대해선 "배우에게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연습에서는 '사람이 이렇게 다면적인 모습이 있었나' 하고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국립극단 장기 프로젝트의 문을 열게 된 두 명의 연출은 '안트로폴리스'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 연출은 "우리 관계에서도, 사회적으로도 비극적 상황이 닥쳤을 때 사건을 한 걸음 다가가서 들여다보지 않고 곧장 화해의 과정으로 넘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며 "상처를 치유라는 말로 덮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날카롭고 투명하게 렌즈를 갈아서 그것으로 상처를 들여다보려 했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라는 이슈가 뜨겁다는 생각이 든다"며 "'라이오스'는 바람직한 통치자에 대한 질문을 같이 던지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