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성
| 2026-03-31 00:01:53
변덕스런 봄날씨처럼…탁월한 완급조절로 통영관객 홀린 조성진
통영국제음악제서 리사이틀…쇼팽 왈츠 14곡 연주하며 기교와 감정표현 강조
(통영=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세 박자 왈츠 리듬의 빠르기를 올렸다 내리며 장난스럽게 연주를 이어가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서정적 선율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린 세기의 연주로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힌 것도 잠시, 조성진은 얼마 뒤 다시 경쾌하게 연주 템포를 올리며 관객의 혼을 빼놓았다.
30일 비바람이 치는 변덕스러운 봄 날씨 속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리사이틀을 개최한 조성진은 예측할 수 없는 완급조절과 숨 막히는 기교로 통영국제음악제를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홀렸다.
변화무쌍한 연주는 리사이틀 1부 바흐의 '파르티타 제1번'과 쇤베르크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에서부터 돋보였다. '파르티타 제1번'에서 손을 풀 듯 사뿐히 건반을 누르며 차분하게 흐름을 끌어올린 그는 불안한 인상을 주는 쇤베르크의 곡에서 급변하는 빠르기의 연주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쇤베르크의 곡 후반부 건반에 얼굴을 파묻고 강하게 타건하던 조성진이 연주를 뚝 중단했다가 곧바로 속도를 붙여 연주를 재개하는 기교를 선보이자 관객의 입에서는 참았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절도 있는 연주를 곁들인 슈만 '빈 사육제의 어릿광대'로 1부를 마무리한 조성진은 2부에서 쇼팽 '14개의 왈츠'를 들려주며 무대를 다채롭게 꾸몄다. 그는 왈츠 1∼14번을 순서대로 연주하지 않고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곡을 엮어 들려주며 감정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장난스러운 주법으로 '고양이 왈츠'라는 별명이 붙은 왈츠 4번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왈츠 6번을 연달아 들려주는 대목에서는 생기있는 표현이 두드러졌다. 반면 '이별의 왈츠'로 불리는 왈츠 9번과 극적인 분위기를 띠는 왈츠 7번에서는 파도가 치듯 부드러운 연주로 관객을 매혹했다.
선율에 맞춰 오르내리는 정서를 따라가던 관객들은 트릴(특정 음과 2도 차이가 나는 음을 번갈아 빠르게 연주하는 기법)을 비롯한 화려한 기교로 문을 여는 왈츠 5번과 활기찬 분위기의 왈츠 2번을 지나며 무대에 한껏 몰입했다.
조성진은 마지막 곡으로 선보인 왈츠 1번 후반부에서 연주 속도를 급속도로 끌어올리며 청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멈출 듯 이어지던 무대가 축포와 같은 장대한 연주로 막을 내리자 관객들은 긴 환호와 박수로 조성진에게 호응을 보냈다.
미소를 띠며 공연을 마친 조성진은 앙코르곡으로 쇼팽의 '녹턴 2번'을 연주하며 여흥을 만끽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 출신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과 그의 음악을 기리기 위해 200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축제다. 올해는 '깊이를 마주하다'를 주제로 다음 달 5일까지 26개의 공연이 열린다.
조성진은 지난 27일 열린 개막 공연에 협연자로 나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였으며, 29일에는 TIMF아카데미에 참여해 직접 젊은 피아니스트를 지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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