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질' 견디고 영혼을 뒤흔든 명반들…라이선스LP의 모든 것

국내 라이선스LP 집대성 가이드북 '라이선스LP 연대기'

김효정

| 2021-08-08 12:26:05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1975년 발표된 퀸의 4집 '어 나이트 앳 디 오페라'(A Night At The Opera)는 1977년 국내에서 라이선스LP로 발매됐다.

그러나 이 음반에 수록된 불세출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는 정작 라이선스LP에선 빠졌다. 당시 한국에서 금지곡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음반은 저작권을 보유한 해외 음반사의 허락을 얻어 국내에서 생산한 음반을 말한다. 1971년부터 국내에 정식 보급된 라이선스LP는 당대 음악 팬들의 팝에 대한 갈증을 달래주는 역할을 했지만, 시대적 제약도 겪어야 했다.

곡이나 커버 디자인에 조금이라도 정치적·이념적이거나 성적인 표현이 있으면 여지없이 검열 기관의 가위질을 당했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만' 탄생한 음반들은 역설적으로 이후 수집 가치가 높아지기도 했다.

음반 수집가 윤준호·윤상철·김주희씨가 펴낸 '라이선스LP 연대기: 비틀스에서 딥 퍼플까지, 퀸에서 너바나까지'(서해문집)는 이처럼 독특한 역사를 지닌 국내 라이선스LP에 대한 첫 가이드북이다.

록 음악을 중심으로 주요 뮤지션과 국내 라이선스반을 꼼꼼히 해설해 팝 역사까지 일별할 수 있다. 아티스트 107팀의 305개 앨범을 총 2천여 컷의 사진과 함께 집대성했다.

1부에서는 '4대 슈퍼밴드'인 비틀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딥 퍼플의 음반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2부와 3부는 '불후의 명반' 130선과 재조명되는 '숨은 명반'을 각각 소개한다. 4부에서는 검열로 인해 대표곡이 퇴출당하거나 커버 디자인이 달라지는 등 수난을 겪은 국내 라이선스LP를 소개한다.

수집가의 애정이 페이지마다 묻어나는 책은 "한국 라이선스LP와 그 역사가 가진 잘남과 못남에 보내는 저자들의 가슴 뭉클한 헌사"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한국의 라이선스LP가 "칼질과 가위질로 난도질당한 몸으로나마 한 시절 한국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을 실어날랐다는 공로는 엄연하다"고 짚는다.

536쪽. 4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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