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
| 2021-02-12 10:56:29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여성 멸시' 발언 파문으로 사퇴 의사를 굳힌 모리 요시로(森喜朗·83)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자신의 후임자를 사실상 지명해 일본 내에서 '밀실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 회장은 전날 사퇴 의사를 조직위 간부들에게 전달했고 이날 조직위 이사·평의원 합동 긴급회의에서 사임을 공식 발표한다.
모리 회장은 전날 가와부치 사부로(川淵三郞·84)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을 만나 조직위 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가와부치 전 회장은 이를 수락했다.
가와부치 전 회장은 모리 회장에게 조직위 고문으로 남아달라고 요청했고, 모리 회장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위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가 회장의 선임·해직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사회는 조직위 이사 중에 선임하게 돼 있다.
현재 조직위 평의회 의장인 가와부치가 회장으로 선임되려면 우선 이사로 취임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절차도 없이 모리 회장의 후임자로 결정되는 분위기다.
게다가 모리 회장 자신이 사임 의사와 이유를 직접 설명하지 않은 단계에서 가와부치 전 회장에게 취임을 요청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는 "혼란을 초래한 모리 씨 본인에 의한 '밀실에서의 후계 지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회장의 선임은 세계의 눈을 의식해 적정한 절차에 근거해 진행해야 한다"며 "조직위 정관에는 회장은 이사회가 선임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위 내부에서도 가와부치 전 회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두드러진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조직위 관계자는 "(모리 회장과) 마찬가지로 고령인 가와부치 씨로의 교대를 세상 사람들이 납득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12일 조직위 회의에서 한바탕 풍파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모리 회장보다 한 살 연장인 가와부치 씨는 일본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로 활약했다.
조직위의 한 간부는 "이 정도로 여성 멸시 비판과 반발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 선수 출신에게 부탁하는 편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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