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
| 2021-02-11 14:14:08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모리 요시로(森喜朗·83)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성 멸시'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림픽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도쿄올림픽 회의론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 책임자 부재 사태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11일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 회장은 회장직 사퇴 결심을 굳히고 주변 인사들에게 사임 의향을 전달했다.
모리 회장은 오는 12일 조직위가 개최하는 이사·평의원 긴급 합동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모리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여성 멸시 논란이 제기되자 모리 회장은 다음 날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죄했지만, 회장직에서 사퇴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국내외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무더기로 사퇴하는 등 모리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커졌다.
모리 회장의 사죄로 끝난 문제라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선수와 올림픽 후원사 등의 반발에 지난 9일 모리 회장의 발언은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사태가 계속 악화하자 일본 여권에서도 모리 회장 퇴진론이 부상했다.
집권 자민당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모리 회장의 거취와 관련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오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확실히 많은 목소리를 받아들여 (모리 회장) 스스로 방향을 제시해줬으면 한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모리 회장이)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전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 지사도 전날 취재진에 이달 중으로 예정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모리 회장,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 담당상 등이 참여하는 도쿄올림픽 4자 회담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 사실상 모리 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개최 도시의 수장인 고이케 지사의 이런 발언에 일본 정부와 자민당, 조직위 관계자들이 동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마(群馬)현과 돗토리(鳥取)현 등 일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지사들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국익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모리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올림픽 최대 후원사 중 하나인 도요타자동차도 모리 회장의 발언이 "도요타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과 달라 정말로 유감"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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