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서
| 2021-09-25 08:00:37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분명 고려인만이 느낄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고려인의 시각으로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1868∼1943)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제작된다.
주인공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인 박 루슬란(41) 감독이다.
박 감독은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영화 감독이란 꿈을 처음 품었을 때부터 줄곧 간직해 온 목표가 20여 년 만에 첫발을 뗀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등을 무대로 고려인과 관련한 여러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만들어 온 그에게도 이번 도전은 쉽지 않았다.
박 감독은 "고려인 사회에서 홍 장군이 주는 존재감은 그 누구보다도 특별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그와 함께 강제 이주와 독립운동 등의 역사를 겪었던 고려인 1세대는 더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든 인물이 바로 홍 장군"이라며 "최근 고려인 사회에서 유골 송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은 그만큼 애정이 컸다던 방증이기도 하다"고 기억했다.
그렇기에 고려인의 시각으로 같은 민족인 홍범도 장군을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최근 봉오동 전투 등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이전까지는 이념 논쟁으로 한국에서는 정밀하게 다루지 않았던 사실상 잊힌 인물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아흔 살이 넘으신 친할머니를 포함해 얼마 남지 않은 고려인 1세대를 위해서라도 알리고 싶었다"며 "러시아권을 누비며 수십 명의 고려인 1세대를 만나면서 생생한 증언을 채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장군과 대면한 이들은 한결같이 박력이 넘치면서도 매력적이고 착한 인물로 기억했다"며 "사람 자체에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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