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金·패럴림픽銅 한인 감독들 "태권도 태국 국민스포츠로"

대표팀 최영석·장애인팀 신영균 "더 높은 목표 향해" 의기투합
"태국민들에게 태권도 세 글자 각인…장애인들에게도 희망되기를"

김남권

| 2021-10-11 07:00:43

▲ 태국 태권도 대표팀 최영석 감독(오른쪽)과 장애인대표팀 신영균 감독. 2021.10.3 [방콕=김남권 특파원]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장애인 태권도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최영석 감독) "태국 태권도의 길을 앞장서 잘 닦아 주셨다"(신영균 감독)

도쿄올림픽에서 유일한 금메달을, 도쿄패럴림픽에서는 첫 동메달을 태국에 각각 안긴 태권도 종목의 한국인 지도자 두 명이 무에타이의 나라에서 더 큰 '태권도 한류'를 일으키자며 두 손을 맞잡았다.

주인공은 태국 태권도 대표팀의 최영석(47) 감독과 장애인 태권도 대표팀 신영균(45) 감독.

태권도계 선후배인 두 사람은 지난 3일 방콕 시청 광장에서 주태국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개천절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난 뒤 첫 만남이었다.

이들은 행사 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서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뒤 태국 내 태권도의 위상을 더 공고히 하도록 힘을 보태자고 입을 모았다.

▲ 국 태권도 우승 이끈 최영석 감독 (지바=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0여년 동안 태국 태권도를 이끌어 온 최영석 감독이 7월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49㎏급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파니파크 선수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 감독 밑에서 태국 태권도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연속 메달(은 2, 동 3)을 획득하는 등 일련의 성적을 냈다. 태국이 태권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7.24 handbrother@yna.co.kr
제자 파니팍 웡파타나낏(24)이 태국에 도쿄올림픽 유일한 금메달을 안기면서 위상이 한껏 더 올라간 최 감독은 후배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신 감독이 고생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동메달이라는 뜻깊은 결과를 계기로 앞으로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올림픽 가기 전에 금메달이라는 소원을 성취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장면을 TV로 보면서 감동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신 감독 제자인 콴수다 푸엉낏짜(21)가 패럴림픽 동메달을 딴 뒤 영상 통화로 서로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선수촌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형님과 영상 통화를 했는데, 울컥하더라. 영상통화는 집사람보다 형님과 먼저 했다"고 웃었다.

'타이거 최'라는 애칭으로 태국 내에서도 이미 유명한 최 감독은 이번 성과를 놓고 "태국 내 태권도 위상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태국 국민에게 태권도라는 세글자가 이번 기회에 정확히 인식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2002년부터 태국 대표팀을 맡아 도쿄 대회 전까지 올림픽 태권도에서만 5개의 메달(은 2, 동 3)을 따내 왕실 훈장까지 받는 등 태국민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재 태국 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 감독은 올림픽이라는 커다란 대회에서의 빛나는 성과를 통해 태국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스포츠로 더 친근하게 다가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패럴림픽 태권도 여자 49㎏ 동메달리스트 콴수다(오른쪽)와 신영균 감독 2021.9.2 [로이터=연합뉴스]
신 감독도 태권도 이미지가 많이 상승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장애를 가진 콴수다 선수가 동메달을 딴 것처럼 태국 장애인들이 자신을 갖고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두 사람은 태권도가 태국 내에서 더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면서, 3년 후로 다가온 파리올림픽 및 패럴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최 감독은 "이번에는 금메달 1개를 땄으니, 3년 후에는 다른 체급에서 금메달 1개를 더 따려고 한다.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현재 장애인 선수가 50명도 안 되고 이 중 겨루기 선수는 10명도 채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며 "동메달 획득을 계기로 더 많은 선수를 확보해 좋은 성적을 다시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태국 내 태권도 발전을 위해 '끌어주고 밀어주자'며 손을 맞잡았다.

특히 최 감독은 '형님'으로서 장애인 태권도 발전에도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장애인 대표팀이 성과를 낸 만큼,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았느냐. 조금만 더 도와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협회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힘 줘 말했다.

신 감독은 장애인 대표팀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태권도 대표팀과 합동 훈련도 추진하겠다며 최 감독의 도움도 요청했다. 동시에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형님이 태국에서 먼저 길을 너무 잘 닦아 주셨다"며 "어려움을 잘 이겨낸 형님의 길을 잘 따라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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