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
| 2021-09-14 06:07:37
(노이슈트렐리츠[독일]=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의 인문계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에서 한국어를 처음으로 정규과목으로 채택했다.
독일 메클렌부르크 포어폼메른주 노이슈트렐리츠시 카롤리눔 김나지움은 14일(현지시간) 2021∼2022학기부터 한국어를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0학년 의무선택과목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10학년생들은 한국어를 의무선택과목으로 선택하면 주당 2시간 수업을 듣고 성적을 받게 된다.
제1외국어인 영어와 제2외국어인 스페인어, 러시아어, 라틴어, 제3외국어 스페인어, 고대 그리스어 외에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0학년들이 소화해야 할 수업 시간은 한 주일에 36시간이다.
이 학교는 2016년 11월 전북외고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2017년부터 방과 후 수업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독일 고등학교에서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의 다른 언어를 가르치는 경우도 아주 드물다.
앞서 2013년 8월 헤센주 비스바덴 빌헬름 로이쉬너 종합학교에서 5∼6학년을 상대로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된 적은 있지만,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처음이다.
주독일한국교육원은 지난 9일 카롤리눔 김나지움과 업무 협약을 맺고, 이 학교의 정규과목이 된 한국어 수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795년 개교한 이 학교에는 7∼13학년 학생 1천 명이 다닌다.
이 학교 출신인 헤르만 부들러(1846∼1893)는 1883년 독일 정부가 무역협정에 관한 협상을 위해 한국에 사절단을 보냈을 때 공식 통역관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고, 1884년에는 우리나라에 처음 세워진 총영사관에 독일 제국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돼 부임했던 인연이 있다.
헨리 테쉬 카롤리눔 김나지움 교장은 "한국은 독일과 아주 멀리 떨어진 나라지만, 이제 영어나 독일어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어를 도입하고, 한국 학생들과 교류했더니 우리 젊은 학생들의 사고방식이나 자세가 훨씬 개방적으로 변했고, 호기심도 많아졌다. 서로를 알아갈수록 미래는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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