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서
| 2021-03-07 08:11:05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서울에 산 지 6년이 넘었어요. 이제 익숙해졌다고 자부했는데 아직도 처음 만나는 공원과 카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요.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어요."
미국 육상 국가대표 출신인 기성 앤더슨(44) 씨는 한국에서는 '덕순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KBS 1TV '6시 내고향'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만난 어르신들이 그의 이름이 발음하기가 어렵다며 붙여준 애칭이다. 이제는 본명보다 더 유명해진 별명이다.
앤더슨 씨는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평생을 살아도 매일 설레고 두근거릴 것 같은 곳이 한국"이라며 "오늘은 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무슨 일이 생길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0살 때 서울에서 할머니가 사는 미국 미네소타 주로 이사했다. 대학교 시절에는 800m 중장거리 선수로 활약하며 국가대표로 뽑힐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다. 선수 생활을 정리한 이후에는 의료 기구를 판매하는 일을 시작해 제법 많은 돈도 벌었다. 그러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넓은 집과 좋은 차를 샀지만 인생이 즐겁지 않았어요.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다른 일을 해볼까, 이사를 할까 고민하다 어릴 적 살던 한국에 다시 가보자고 결심했어요."
마흔 살을 앞둔 2015년에 한국행을 택한 그는 "당시 서울 잠실 근처에서 살았는데 집 근처에 산과 강이 펼쳐진 모습이 그리웠다"며 "먼 곳에서 다시 인생을 시작해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생활보다 한국에서 더 행복감을 느꼈던 이유가 환경의 변화만은 아니었다"며 "부정적인 생각과 욕심 등을 두고 오자고 결심을 했던 게 컸다"고 강조했다.
삶의 태도를 바꾸니 자연스럽게 좋은 일도 찾아왔다고 한다.
지인의 소개로 통역 일을 맡았고, 과거 운동선수 경력을 살려 퍼스널 트레이너도 했다. 유튜브 채널에서 그의 유창한 한국어와 운동 영상 등이 화제가 오르자 방송 섭외도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밝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니 날 찾는 이들이 많아지더라"며 "오늘의 삶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누구나 웃는 사람 옆에 있고 싶어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나를 위해 더 무엇을 할 수 있나를 고민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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