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전석 매진 "데뷔 30년 넘었는데 행복하고 감사, 초심 잃지 않을 것"
![싱어송라이터 김동률 세종문화회관 콘서트 '오래된 노래'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026/yna1065624916266392_553_thum.jpg)
![싱어송라이터 김동률 세종문화회관 콘서트 '오래된 노래'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026/yna1065624916266392_724_thu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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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휩쓸리지 않고, 너무 들뜨지도 않고, 저만의 속도를 지키면서 저답고 묵직하게 음악을 해 나가고 싶습니다."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이 우리나라 공연 문화의 심장 같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7회에 걸친 단독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전석 매진시키며 가을밤을 물들였다.
그는 '김동률표 공연'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빼는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한 곡 한 곡 장인정신이 깃든 편곡은 오히려 관객에게 다채롭고 신선한 사운드를 안겼다.
김동률은 지난 17일 공연 첫회차에서 "음악 시장에서도 참 많은 변화가 있다. 그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잡기 힘들 때도 많았다"며 "그럴수록 부화뇌동하지 말고 초심을 잃지 말자고 명심하고 있다"고 음악을 대하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1만석 이상 수용 가능한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대극장으로 규모가 대폭 줄어들어 '피켓팅'(치열한 티켓팅)이 벌어진 점을 언급하며 "여러분의 마음을 저도 잘 안다. 저도 조성진 공연 티켓팅을 매번 실패한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는 "데뷔한 지 이렇게 30년이 훌쩍 넘은 가수가 팬들로부터 '조금 더 큰 데서 공연해 달라'거나 '공연 회차를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너무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다"고 솔직한 마음을 들려줬다.
김동률이 단독 콘서트 무대에 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KSPO돔에서 연 '산책' 이후 11개월 만이다. 그는 2년 전 '산책'과 이번 공연을 함께 기획했다.
김동률은 정성껏 써내려간 편지를 연인에게 수줍게 내어놓듯,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노래들을 공들인 편곡으로 들려줬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오케스트라가 없는 공연을 한번 꼭 해보고 싶었다"며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제 음악이나 공연의 시그니처인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선곡이나 무대 연출에 제약이 없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이 딱 (오케스트라 없는 공연을 위한) 적절한 타이밍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김동률은 이날 무반주로 도입부를 부른 '겨울잠'을 시작으로 '그림자', '오래된 노래', '여름의 끝자락' 등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관객들은 그가 전하는 목소리의 세밀한 떨림에도 숨죽여 귀를 기울였다. 단단하고 묵직한 특유의 보컬이 아늑한 극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전해져 왔다.
슈퍼주니어 규현의 누나이기도 한 조아라(바이올린), 멜로망스의 정동환(피아노), 라틴 키친 루나의 고상지(반도네온) 등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유명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의 빈자리를 더욱 존재감 있게 채웠다.
김동률은 이소라의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와 알렉스의 '같은 꿈' 같은 다른 가수에게 준 노래들도 선보였다.
특히 원곡과는 색다른 매력을 뽐낸 편곡이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
약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음원과는 또 다른 청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뮤지션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김동률은 '오래된 노래'에선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3중주로 곡의 소박한 정서에 힘을 실었고,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에선 피아노 반주 부분을 기타 연주로 대체했다.
또 '문라이트'(Moonlight)는 화려한 원곡 대신 단출한 재즈풍으로 관객을 만났고, '낙엽'은 신비로운 반도네온 사운드가 돋보이는 탱고로 귀를 사로잡았다.
이날 공연의 세트리스트는 '취중진담'이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같은 일부 히트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난해 '산책' 공연과 겹치지 않게 구성됐다.
하지만 김동률이 고(故) 서동욱과 전람회로 발표한 '첫사랑'은 두 공연에서 모두 불렸다. 지난해의 '첫사랑'이 애절한 발라드였다면, 이번에는 같은 곡이라고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신나는 분위기로 180도 바뀌었다.
김동률은 "'첫사랑'을 영원히 슬픈 노래로만 박제해 버리면 제가 다시는 부를 수 없을 것만 같았다"며 "그래서 이렇게 완전히 다르게 신나게 편곡해서 훌훌 털어버리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 생각에 아마 그 친구(서동욱)는 이 버전을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률은 2010년 이상순과 결성했던 프로젝트 그룹 베란다 프로젝트의 '바이크 라이딩'(Bike Riding)·'기필코'도 선곡했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01년 앨범 '귀향'의 수록곡 '떠나보내다'도 라이브로 열창했다.
공연에서 가창과 연주 외에 무대와 조명에도 정성을 쏟기로 정평이 난 김동률은 이번에도 독특한 연출로 몰입도를 높였다.
그는 '여름의 끝자락'을 부를 때는 곡과 잘 어울리는 푸른 밀밭이 무대에 펼쳐져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고, '떠나보내다' 무대에선 두 개의 대형 불투명 LED 전광판을 겹쳐 마치 별이 휘몰아치는 광활한 우주 한 가운데에서 노래하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김동률은 "요즘에는 대중가요 공연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연극에서도 디지털 영상을 이용한 무대 연출이 많다.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디지털 영상만 쓰면) 제작비도 적게 든다"면서도 "그래도 음악의 결을 맞추기 위해 무대 연출과 함께 가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쿠스틱한 음악이 나올 때는 무대도 아날로그면 좋겠다 싶어서 모내기하듯 한 땀 한 땀 밀밭을 풀어냈다"고 말했다.
김동률은 앙코르로 '그 노래'와 '동행' 등을 들려주고서 공연을 마무리했다. 무대에 막이 내려오고 공연장에 다시 불이 밝혀진 이후에도 우렁찬 박수 소리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는 "언제 어떻게 다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고민하고 정성을 가득 들인 결과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며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행복했다. 다소 번외편 같은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극장을 가득 채워 주신 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서울 양천구에서 온 직장인 설모(41) 씨는 "KSPO돔이 아닌 오랜만의 극장 공연이어서 무척 좋았다. 가수와 노래 그 자체에만 확실히 집중할 수 있었다"며 "변화와 도전을 거듭하는 김동률에게선 '방망이 깎는 노인'과 같은 장인정신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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